롤 대리 랭크 게임 문화가 생긴 이유, 재미있는 점과 치명적인 문제들

롤(League of Legends, 리그 오브 레전드)이 대한민국의, 아니 전 세계의 국민게임이 된지도 어느새 10년이 다 되어간다. 정말 롤을 모르면 간첩이고, 공중파 방송에서도 롤 관련 드립이 나오고, 롤드컵이 웬만한 월드컵 종목보다 훨씬 인기가 많고, 반 농담삼아 롤 계급이 현실에서의 계급처럼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에 비하면 조금 사그라든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명실공히 건실한 최고의 게임이다.

이 엄청난 영량력 때문에 롤이란 게임은 특이하게도 ‘대리’ 라는 문화가 있었는데, ‘대리’는 티어를 너무나 올리고 싶은 나머지, 본인의 실력이 아니라 잘하는 사람(대리 기사)에게 부탁하거나 돈을 주고 자신의 계정을 맡겨서, 대신 게임 플레이를 하게 해 랭크를 올리는 것이었다. 대리 운전도 아니고 이제 본인이 즐기려고 하는 게임마저 대리 게임이라니!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정말 놀랄 일이지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 게임의 영향령이 워낙 커서, 젊은 세대들에게는 마치 롤 계급이 현실의 계급과 같은 공공의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돈을 투자해서라도 서열체계에서 위로 올라가고싶어 했던 욕망들이 표출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말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을 위해 본인의 실력이 안되는데 대리를 맡기는 이 상황을 굳이 비교하자면, 어차피 안전하게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되는데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본인의 능력 이상으로 비싼 차를 산다던지, 어차피 깔끔하고 가방으로서의 역할만 다 할수 있으면 되는데 본인의 능력 이상으로 비싼 명품백을 산다던지 하는 그것들과 흡사한 것이다. 사람마다 가치판단이 다른 만큼, 자신이 보기엔 정말 별 거 아닌일에 목숨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사람에겐 정말 큰 가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가치가 다르다고 핑계댄다면 그것 또한 편협한 생각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당신의 차나 명품백이 한심하고 무가치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리 랭크 현상의 치명적인 문제점들

그러나 이 대리 랭크 방식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데, 가장 첫 번째로는 대리 랭크로 올려줘봤자, 어차피 본래 아이디의 주인이 플레이 하면 다시 떨어진다는 것이다. 마치 능력이 안되는데 비싼 차를 사면 유지비도 내기 어려워 골골대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리 기사가 랭크를 올려주면 본인은 랭크게임을 일절 돌리지 않고 일반게임만(롤의 티어는 랭크 게임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다) 돌리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 또한 일정 기간동안 랭크를 플레이 하지 않으면 강등된다던지 하는 시스템이 생겨나면서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게 됐다.

그 다음은 역시 계정을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계정 도난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룬 시스템이 바뀌어서 과거의 일이지만, 예전의 롤은 상점에서 룬을 구입하고, 이것들을 장착해 게임 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데, 그러나 룬을 구매하기 위한 게임 내의 자원인 ‘IP’가(롤은 한 판이 평균 30~60분 플레이 타임을 가지고, 판당 20~200 정도의 IP를 획득할 수 있다.) 획득하기도 어렵고, 구매 가격은 높아서 정말 극심한 노가다와 정성이 필요했다. 이게 게임 내의 ‘룬 합성’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통칭 ‘룬갈(룬 갈아버리기)’을 당하기도 했었고, 대리 게임이 라이엇 게임즈의 약관상 불법이기도 했기 때문에, 정의구현의 명목으로 ‘룬갈’을 컨텐츠화 하는 방송인들도 있었다(근데 솔직히 개꿀잼이긴 했음).

물론 더이상 ‘룬갈’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해서 계정도용이 안전한것은 아니다. 일단 도용과 대리가 명백한 증거로 인해 밝혀지면 약관위배로 인한 계정정지는 당연하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게임 내에서 잔뜩 욕을 해서 제재를 당한다던지, 친구목록에 있는 지인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해서 명예응 훼손시킨다던지 하는 등, 여러가지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보안문제에 둔감한 사용자일 경우, 다른 곳에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흡사한 패턴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나 이런걸 다 떠나서,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기껏 대리를 해서 고랭크가 되어봤자, 친구들과 같이 게임을 하면 금방 뽀록난다는 점이다. 물론 똑같은 소리를 해도 고 랭크의 유저가 말하면 신빙성과 태도가 확 달라지는게 롤판이긴 하지만(그래서 나온 유행어가 ‘그님티?(그래서 님 티어가?)’ 이다. 일단 티어를 물어보고 브실골(브론즈, 실버, 골드 티어)이라면 어떤 타당한 소리를 논리적으로 했다고 해도 개무시하고, ‘다이아 이상이거나 나보다 티어가 높다면 의견을 수용해 보겠다.’ 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같이 몇판 돌려보면 티가 팍팍 나기 때문이다.

만약 대리로 랭크를 올렸다는게 들통난다면, 차라리 브실골인게 나을 정도로 엄청난 민망함과 쪽팔림, 자괴감과 추가적인 불이익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리랭크로 티어를 올린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집단도 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롤의 계급이 현실에서의 서열체계와 마찬가지인 공공의 인식이 있는데, 이 서열체계를 부정행위로 올리려는것이 포착된다면, 사장 낙하산인 사원이라던지, 졸부가 된 사기꾼 등이 받는 시선을 받을 수 있고, 극단적으론 왕따가 될 확률도 있다.

Finish

오랜만에 롤에 대해 가볍게 얘기하려고 했는데, 롤에 워낙 빠삭하다 보니 얘기가 좀 길어졌다. 롤에 대한 재밌는 에세이도 좋지만, 대리게임의 부정적인 면을 알려준 만큼, 이후에 랭크를 확실하게 올릴 수 있는 몇가지 미친 꿀팁들을 공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