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꿀몬(GKKmon) 사이트를 만들게 된 계기는, 블로그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웹에서 온전한 나만의 공간'을 갖기 위해서 시작됐다.
네이버 블로그의 경험
개꿀몬(GKKmon)은 그동안 네이버, 티스토리, 다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등 그 외에도 수많은 플랫폼을 이용해봤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네이버 블로그를 가장 처음 접하게 됐다.
사실상 한국의 모든 검색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네이버(당시는 그랬다, 지금은 구글에 신나게 뚜드려맞고 있지만) 는 압도적인 트래픽을 자랑했고, 명실상부 대한민국 인터넷계의 최상위 포식자였다. 이 점은 이제 막 인터넷 세계에 발을 들인 개꿀몬(GKKmon)이라도 많은 트래픽을 경험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한국 인터넷계의 갑(甲)'이라는 무기를 살리는 방법으로 쇄국정책[1]을 택했다. 언제나 갑의 위치라는 특징과 쇄국정책이 맞물려 네이버는 십수년간 전혀 발전하지 않았고, 아니 오히려 계속해서 퇴보만 해왔으며 사용자들도 함께 퇴보할 것을 요구해왔다.
개꿀몬(GKKmon)에게 즐거움을 안겨준 트래픽은 일장춘몽에 불과했다. 내가 정성 들여 작성한 포스트들은 X드림의 광고를 위한 복사 붙여넣기 콘텐츠, 도저히 퀄리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쓰레기 문서들, 대놓고 내 글을 훔쳐 간 불법 중복 콘텐츠들에 의해 처참히 박살났다. 네이버는 글의 퀄리티나 원작자는 상관없이 본인들만의 불투명한 로직과 최신성에 의해서만 가치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네이버는 원본 문서와 고퀄리티 콘텐츠를 살릴 생각[2]은 하지 않고, 마치 "너도 이 구역에서 살아남으려면 계속해서 새 쓰레기를 생산해라"라고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고수했다. "일단 유명해져라,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라는 말이 가슴속 깊이 파고들었다. 무슨 짓을 하던, 똥을 싸는듯한 운영을 해도 네이버는 언제나 대한민국 인터넷 세계의 최상위 '갑'이었고, 나는 그 '갑'의 입김에 따라 운명이 정해지는 '을(乙)'이었기 때문이다.
티스토리 블로그의 경험
그렇게 네이버에 실컷 데이고 나서 새로운 플랫폼을 찾던 중 티스토리를 발견했다. 네이버와는 차별화되게 블로그 자체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커스텀이 가능했다. 초대권[3]기능도 초창기에는 스팸 유저들이나, 지나치게 쓰레기 같은 콘텐츠를 막는 데 일조했다. 그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는 모두 폐쇄했지만, 티스토리는 아직 이용중인 블로그도 있다.
하지만 티스토리 플랫폼을 운영한다 한들, 어차피 한국의 인터넷 시장은 네이버가 점령하고 있었다. 결국 네이버의 손아귀를 벗어날 순 없었으며, 어차피 포스트가 검색되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루트는 대부분 네이버였다.
네이버보단 '그나마 자유로운' 티스토리에서 html과 CSS, 자바스크립트 등의 기능과 재미를 알았다. 이에 흥미를 느껴 꽤나 정신없이 즐겁게 지냈었던 기억이 난다. 티스토리 덕분에 웹에서 나의 공간을 만든다는 행위가 점점 즐거워졌고, 너무나 이 공간이 좋아진 만큼, 이곳 또한 네이버에서 겪었던 것처럼 언제든지 박살 날 수 있는 '을'의 공간이라는 사실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티스토리에서도 갑질 횡포가 일어났다. 개꿀몬이 5년 넘게 운영해왔던 블로그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한순간에 박살 내버린 것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하루아침에 블로그는 접속조차 되지 않았고, 스팸이나 어뷰징 등의 불법 유저들이나 당하는 그런 치욕적인 에러 페이지가 떴다. 당연히 항의메일을 보내 블로그가 복구되긴 했지만, 사과는커녕 '한 번만 봐줄 테니 조심해라. 풀어는 줄게, 근데 또 걸리면 그땐 얄짤없다' 라는 문맥의 메일 뿐이었다.
분노가 극에 달했지만, 이렇게 억울하고 분노할만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을' 의 현실이었다. 그 때문에 엄청난 허탈함과 함께, 분노보다는 마치 철거민들이 느낄법한 두려움이 더욱 컸다. 이때부터(당연하게도) 티스토리에서는 '나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티스토리는 나에게 웹 공간에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소중한 곳임과 동시에, 웹 공간에 대한 흥미를 날려버린 증오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도메인과 호스팅 구매, 워드프레스의 시작
이렇게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다 보니, 나의 웹 공간을 만들거나 블로그를 정하는 데 있어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몸으로 알게 됐다. 결코 디자인이 이쁘거나, 용량을 많이 준다거나, 혜택을 준다거나, 검색에 유리하다거나, 방문자가 많다거나 하는 등, 근시안적이고 본질적으로는 아무 의미 없는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온전히 나의 능력만으로 유지할 수 있고, 나의 의사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 이다.
결국 도메인을 구매하고 호스팅을 연결해서, 워드프레스 같은 툴로 '직접 만드는 것'이 답이라는 걸 깨달았다. 비록 처음이라 용량문제라던지 기술적인 문제에서 난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왜냐면, 이번엔 진짜 나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1] 鎖國政策,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지 않고 문호를 굳게 닫아 서로 교류하지 않는 정책. (돌아가기)
[2] 현재 구글이 가장 잘 하고있는 것, 그러니까 국내에서도 따라잡히지... (돌아가기)
[3] 티스토리 플랫폼은 이용자에게 '초대권'을 나눠주는데, 이걸로 초대를 받아야 개설할 수 있다. (돌아가기)